최태원 SK그룹 회장과 CEO들이 글로벌 시장 및 산업의 빠른 변화에 맞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에너지 등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로 뜻을 모았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진행해 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I) 속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SK그룹은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1월 2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 CEO세미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최 회장은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O/I)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영개선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지만, 경영의 핵심 요소인 기업가 정신과 이해관계자와 소통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운영개선 고도화를 위해서는 AI를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면서 일상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젊은 구성원과 리더들이 AI를 접목한 운영개선 방안 등을 제안해 회사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그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AI 사업 방향과 관련해서는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 협력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DC)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핵심과제로 ▲반도체 설계·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설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CEO들에게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거시(Macro) 환경 변화를 잘 보고, 사별 특성에 맞게 사업환경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운영개선 달성도를 정량화 및 측정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룹 순차입금 감소 등 재무지표 ‘청신호’
앞서 CEO들은 올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성과를 점검하고, 후속 과제 실행을 가속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약 84조 원에 달했던 그룹 순차입금은 손익 및 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 운영개선 활동을 통해 올 2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 말에는 70조 원대로 낮아지는 등 주요 재무지표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SK는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219개였던 계열사 수도 올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EO들은 잉여현금흐름(FCF) 극대화 등 ‘운영개선 1.0’ 활동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앞으로는 제조와 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높이는 ‘운영개선 2.0’을 통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운영개선 2.0’ 이후에는 시장과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역량 중심의 ‘운영개선 3.0’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조 원에 가까운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 3분기 7조 원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시장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올해 실적 개선은 단순히 반도체 시장 회복에 편승한 결과가 아니었다”면서기술과 제품 경쟁력 외에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인 청주 M15를 HBM 생산라인으로 구축하는 과감한 의사 결정,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원 팀 정신’(One Team Spirit) 기반 아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조직문화 등이 반전의 기회를 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수출 경쟁력 강화·지원체계 구축 방안 논의 경영진들은 SK와 우리나라가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 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수출 확대 전략 수립이 필요하 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그룹 차원의 수출 역량 결집과 사업 간 시너지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SK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들의 글로벌 경 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 로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수출액 96조8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대한민국 수출(828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지난해 59조 원을 수출한 SK이노베 이션은 고부가 제품 확대, 동남아·중남미 등 신규 시 장 개척으로 수출액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수요가 커지는 HBM을 중심으로 지난해 27조 원을 기록한 수출 규 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기로 했다. CEO들은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 다변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다양한 사업 밸류체인 간 협력을 통한 혁신적 제품 개 발, ‘설루션 패키지(Solution Package)’를 활용한 수 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치인 7000억 달러(약 970조 원) 수출을 달 성하고, 오는 2027년 세계 수출 5강으로 도약하겠다 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외부의 냉철한 시각으로 SK그룹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과제를 찾아보는 특별 세션도 마련됐다.
유튜브 경제채널 ‘삼프로TV’ 김동환 대표, 권순우 상무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SK’ 세션에서 “리밸런싱 이전의 SK는 계열사 간 경쟁적인 중복투자, 과잉투자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를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에너지 사업 수직계열화,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방향의 큰 단추는 잘 끼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로 성과를 내고, 갖춰진 퍼즐을 온전한 그림으로 완성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경영진들은 그룹 고유의 경영 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력 강화 및 구성원 행복 제고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노력의 성과가 구체화하고 있다”며 “지금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미래에 더 큰 도전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CEO들을 격려했다.
“글로벌 AI 혁신 기여”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1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SK AI 서밋 2024’에서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 SK가 보유한 AI 역량에 국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더해 글로벌 AI 혁신과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SK의 AI 인프라를 통해 국내 AI 스타트업 성장과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함께하는 AI, 내일의 AI’를 주제로 11월 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SK그룹이 전 세계 AI 대표 기업인과 학자, 전문가 등을 현장 또는 화상으로 초청해 처음 마련한 국내 최대 규모의 AI 심포지엄이다.
최 회장은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AI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안다’고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으며 다양한 분야의 리더가 함께 고민하며 풀어야 하는 많은 난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올 기술이기 때문에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가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보틀넥(Bottleneck·병목현상)이 있다”며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와 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공정 설비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드는 에너지(전력)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 5가지 보틀넥 해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최 회장은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의 구축 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 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라며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분야 세계 최고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SK와 파트너들의 다양한 설루션을 묶어 AI 보틀넥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게,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하는데 이바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인터넷 시대의 진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양질의 데이터 확보, AI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의 AI 인프라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AI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AI 생태계 구축, SK와 협력 글로벌 빅테크 총출동
최 회장의 기조연설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SK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 등 AI 업계의 스타급 인사들이 영상으로 등장해 대담하거나 축사를 전해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최 회장은 이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모델 개발을 위해 SK그룹 내 AI TF 조직을 꾸려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웨이저자 TSMC CEO 그리고 컴퓨터 구조 및 설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데이비드 패터슨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등이 AI 시대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밝혔다.
사전 녹화된 영상 메시지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CEO는 SK텔레콤과 마이크로소프트 간의 파트너십이 AI 시대에 가지는 중요성과 양사의 공동 성과에 대해 언급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 겸 CEO는 데이비드 패터슨 교수와 ‘AI 반도체의 협력’을 주제로 특별 대담에 나섰다. 젠슨 황 CEO는 “AI로 인한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AI 분야의 엄청난 잠재력을 실감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파트너십은 AI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으며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전 세계 AI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은 SK AI 서밋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웨이저자 CEO는 “AI 생태계 전반에서 더욱 긴밀하고 견고한 협력을 통해 AI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며 “AI 혁신을 가속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확장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설루션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겸 사장은 ‘AI의 미래’를 주제로 무대에 올라 라이브로 진행되는 현장 대담에 참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미래 AI 시대에 선제 대응을 위해 AI 포트폴리오 역량 강화로 내실을 다지고 글로벌 AI 협력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