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울창한 숲에서부터 강, 호수, 빙하까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청정 대자연의 경관을 만날 수 있는 뉴질랜드. 그 중에서도 남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에 있는 밀포드 트랙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불리며 전 세계 트레커의 버킷리스트이다. 이번달에는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리치 와 함께 떠나보자.
원래 밀포드 트랙은 마오리 원주민들이 옥을 채집하고 운반을 하던 길이었으며 유럽인으로는 도널드 서덜랜드와 존 맥케이가 처음 이곳을 탐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킹 4일차에 가는 ‘멕케이 폭포’와 3일차에 머무는 산장 인근에 있는 ‘서덜랜드 폭포’가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1880년대 후반, 밀포드 트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최초의 등반가이자 기업가는 퀸틴 맥키넌이다. 밀포드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맥키넌 패스는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천혜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
53.5km에 달하는 밀포드 트랙은 BBC 선정 세계 3대 트레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10대 장거리 트레일로 선정된 바 있는 명실공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트레킹 루트다. 매년 11월부터 4월 사이, 야생동물과 야생조류가 가득한 아름다운 대자연에 몰입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트레커들이 밀포드에 모여들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입산자를 하루 5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산장의 수준 또한 매우 높다. 트레킹에는 3~4명의 전문 산악 가이드가 동행해 선두, 중간, 후미에서 안전하고 재미있는 산행을 도와준다.
밀포드 트랙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는 퀸스타운으로 들어가야 한다. 퀸스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까지 거리를 직선으로 재면 약 50km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가기 위해서는 314km를 돌아가야 한다.
그 이유는 뉴질랜드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터널을 많이 뚫지 않았기 때문이다. 퀸스타운과 밀포드 사운드를 잇는 거의 유일한 터널인 호머 터널조차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간만 뚫은 것이다.
1270m에 달하는 호머터널은 인부들이 18년 동안 직접 손으로 다이너마이트와 망치, 정을 이용해 단단한 암반을 뚫어 만들었다. 돌아가는 불편함은 있지만 창밖으로 멋진 풍광이 펼쳐진 뉴질랜드에선 드라이빙도 큰 즐거움이다.
트레킹 출발 하루 전날에는 퀸스타운에 있는 얼티메이트 센터에서 사전 설명회에 참석해야 한다. 이곳에서 건강 상태 신고서를 작성하고 트레킹 시 유의점, 준비물, 진행 형식 등 전반적인 설명을 듣는다.
트레킹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입할 수도 있다. 침대 커버, 여행지도 및 안내 책자, 네임택, 방수 비닐, PVC 방수 우의 등은 무료로 대여하며 스틱은 유료로 대여한다. 밀포드 트레킹 중에는 샌드플라이에 주의해야 하므로 얼티메이트 센터에서 퇴치제를 미리 꼭 구입해야 한다.
1일차 [총 거리 : 약 1.6 km / 소요시간 : 약 20분]
글레이드 와프 → 글레이드 하우스
첫 날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클린턴 강을 따라 초록 이끼로 가득한 원시의 숲을 30분 정도 가볍게 걷는 일정이다. 우선 퀸스타운에서 다국적 트레커와 함께 대형 버스를 타고 테이타우 다운까지 이동하고, 그곳에서 보트를 타고 밀포드로 들어간다.
첫 날 숙박하는 글레이드 하우스에 도착한 다음, 짐을 풀고 나와 가이드와 함께 1시간 가량 걸으며 밀포드의 조류, 나무, 꽃 등의 설명을 듣는다. 트레킹 루트 곳곳엔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저녁에는 밀포드 트레킹의 시작을 알리는 전야제를 갖는다.
2일차 [총 거리 : 약 16 km / 소요시간 : 약 5~7시간]
글레이드 하우스 → 클린턴 폭스 헛 → 하이레어리 폭포 → 폼포로나 롯지
트레킹 2일 차에는 글레이드 하우스를 출발해 클린턴 강을 따라 이어진 트레킹 루트를 걷는다. 맑은 강에서 송어와 장어를 볼 수도 있다. 하이레어리 쉼터(Hirere Shelter)에 들러 중식을 먹고 형형색색 이끼들로 가득한 습지대를 지나 초록으로 빛나는 고요한 숲 속을 걸어간다. 울창한 너도밤나무 숲에서는 신선한 공기에 온 몸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일차 [총 거리 : 약 15 km / 소요시간 : 약 6~8시간]
폼포로나 롯지 → 맥키넌 패스(1,154m) → 퀸틴 롯지
셋째 날은 가장 많은 체력을 요구하고 가장 높으며, 가장 아름다운 밀포드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맥키넌 패스(1,154m)를 가는 날이다. 맥키넌 패스에서 보이는 봉긋한 봉우리가 쌓인 풍경이 아주 장관이다. 날씨 변화가 심한 지역이기 때문에 협곡 이후에 있는 너덜지대를 걸을 땐 조심히 내려와야 한다.
숙소에 도착한 뒤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긴 폭포인 서덜랜드 폭포에 다녀와도 좋다. 퀼 호수에서 발원하여 아서 밸리로 가열차게 낙하하는 서덜랜드 폭포의 높이는 약 580m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알려져 있다.
4일차 [총 거리 : 약 21 km / 소요시간 : 약 6~8시간]
퀸틴 롯지 → 맥케이 폭포 → 자이언트 게이트 폭포 → 샌드플라이 포인트 → 마이터피크 롯지
퀸틴 롯지부터 샌드플라이 포인트까지 완만하게 이어진 구간을 걷는 여정이다. 대부분 평탄한 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중생대 열대 우림을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서강 지류에서 노니는 송어도 만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맥케이 폭포를 가까이에서 본 다음 평탄한 우림 지역을 걷다 보면 어느새 산행 종료 지점인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도착한다. 보기만 해도 뿌듯해지는 수료증과 즐거운 완주 축하 파티도 기다린다.
아침 식사는 조식 뷔페로 제공된다. 아침에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샐러드, 과일, 초콜릿 바, 견과류도 배낭에 챙겨야 한다. 땀을 흘리고 풍광 좋은 곳에서 먹는 점심 도시락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산장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씻고 라운지로 나오면 현지에서 만든 치즈, 소시지, 햄 등 간단한 안주거리가 차려져 있으니 맥주를 구입해 함께 즐겨도 좋다. 커피와 티는 무료다. 저녁엔 전식-본식-후식으로 이루어진 3코스 정식이 제공된다.
11월초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만 운영되는 밀포드는 입산자를 하루 50명으로 제한을 두고 있어, 산장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금방 마감된다. 밀포드를 걷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트레커들이 모여드는 퀸스타운 숙소 또한 성수기 시즌에는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몇 달 전에 예약이 끝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밀포드를 걷고 싶다면 예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호주에서 흘러온 비구름이 산을 넘지 못하고 밀포드 트랙 안에 있는 산맥에 비를 뿌리기 때문에 밀포드의 연간 강수량은 약 9000mm에 달한다. 밀포드 지역이 울창한 원시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가 오면 모든 절벽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장관을 볼 수 있다. 비가와도 밀포드 트레킹이 즐거운 이유다. 아침에는 날이 맑더라도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니 항상 우천에 대비해야 한다.
밀포트 여정의 대미 밀포드 사운드
3박 4일 간의 트레킹이 끝나면 크루즈를 타고 피오르드 랜드의 황홀한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밀포드 사운드를 방문하는 시간이 기다린다. 피오르드는 거대한 빙하가 산을 깎아 내면서 만든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흘러오면서 형성된 협곡을 의미하며 밀포드 사운드는 피오르드 지형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주요 관광 포인트로는 코발트 빛 바다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봉우리, 마이터 피크(1,692m), 빙하에 의해 수직으로 깎인 절벽 아래로 힘차게 떨어지는 보웬 폭포(162m), 사자를 닮은 바위 라이언 피크 등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만년설산과 반짝이는 빙하를 만날 수 있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밀포드 사운드를 직접 만나보자.
자료제공 혜초여행(www.hyec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