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설계자의 최대 고민은 골퍼에게 가장 흥미진진한 코스를 선물하는 것이다. ‘흥미진진함’에는 골프 역사에 대한 철학부터 도전정신의 발휘를 위한 레벨, 실력이 부족한 골퍼를 위한 배려까지 함축적인 포인트가 담기게 된다. ‘어려운 코스를 설계하기는 쉬워도, 재미있는 코스를 설계하기는 어렵다’라는 격언처럼 골프 코스가 생성되는 과정에는 설계자의 수많은 고뇌와 의도가 녹아있다. 이번 시간에는 설계자가 코스 설계 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알아본다. 본 칼럼은 한국의 대표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인 송호 대표의 자료를 근거로 했음을 명시한다. SBS골프아카데미와 골프 유튜버 ‘레슨왕아름이’로 활동 중인 황아름 프로와 함께 골프 코스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본다.
모든 골프클럽과 샷 메이킹 테스트
긴 전장의 롱 코스와 서비스홀과 같은 쇼트 코스, 또 풀백-티와 레귤러, 레이디-티와 같이 길이에 따른 티샷 위치까지, 드라이버와 우드 등 긴 클럽에서 각 웨지와 같은 짧은 클럽까지 골프백에 들어 있는 (통상 14개인) 모든 클럽을 다양하게 (부지런히) 활용하게 만드는 것과 좌우로 돌아가는 도그레그 홀에서 샷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통제하는 ‘샷메이킹’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 골프코스 설계의 기본이라 볼 수 있다. 드로우나 페이드샷을 구사하는 능력이 그와 같다 하겠다. 대단한 거리의 장타자라 해도 결국 여러 가지 많은 클럽을 사용해야 코스를 정복하게 하는 구성이다. 이러한 설계는 골퍼의 전반적인 능력을 테스트하는 구성이다.
트러블 샷의 테스트와 균형 감각
일반적인 아마 골퍼인 우리가 골프 코스를 평가는 하는 첫째 기준은 사실 벙커나 해저드와 같은 트러블 구역이 얼마나 많은가일 것이다. 하지만 코스설계자의 의도는 그린과 페어웨이의 공략이 쉬울 것 같으면 다량의 벙커를 배치해 균형을 맞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라운딩 전 해당 골프장의 핸디캡 1번에서 4번까지의 코스를 살핀다면 대략적인 난이도를 예측할 수 있다. 트러블 샷에 자신감이 충만한 골퍼라면 도전정신으로 버디를 덤비게 만들며 조심성이 많고 방어적인 스코어를 전략으로 삼은 골퍼에게는 ‘파’ 이상은 하기 어렵게 구성하는 설계의 묘를 따라가며 플레이한다면 매우 재미있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퍼팅 능력의 테스트
그린의 구성은 코스설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변화무쌍한 그린의 구성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이내믹하다. 흔히 그린의 언듈레이션과 홀컵의 위치가 고약하면 ‘그린키퍼가 부부싸움 했나 보다’라고 할 정도로 골퍼를 곤혹스럽게도 혹은 주말에 빠른 진행을 위해 쉬운 위치에 놓으면 스코어가 좋아지는 효과를 보기도 한다. 너무 어려운 그린은 골퍼를 지치게 하고, 너무 쉬운 그린은 변별력이 떨어지니 그 균형을 맞추어 구성하기란 매우 어렵고 고민스러운 일이다. 스마트한 골퍼라면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 그린을 공략하는 전술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