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면담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열린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인도증시상장(IPO) 기념식에 참석하는 한편 현대차그룹 인도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인도를 찾았다. 21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 자리한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인도 모디 총리와 정 회장은 인도 모빌리티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차그룹 간 다각적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총리에 취임한 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인도 경제를 세계 5위 규모로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열린 인도 총선을 거쳐 총리로 재선임돼 3기 내각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혁신적인 제품과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으로 인도 톱 모빌리티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더 큰 도약을 위해 인도에 특화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정 회장은 모디 총리와의 면담에서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정 회장은 “인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는 전 세계인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인도와 한국의 경제적 협력이 늘어나면서 서로의 문학과 문화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에 대한 인도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를 전하고, 현대차그룹이 인도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계획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인 인도에서 28년 이상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 정부의 관심과 인도 국민들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사랑 덕분”이라고 했다. 또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이후 자동차 산업 발전, 고용 창출, 수출 증대 등 인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을 통해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과 ‘Viksit Bharat(발전된 인도) 2047’ 비전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 첸나이 현대자동차 1·2공장, 아난타푸르 기아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푸네 지역에 현대자동차 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정 회장은 “푸네 공장은 현대차에 있어서 의미가 큰 거점이 될 것”이라며 “모든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도 정부와 마하라슈트라 정부에 감사드린다”면서 모디 총리를 내년 푸네 공장 준공식에 초청했다. 인도 마하라 슈트라에 자리한 푸네 공장은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시스템을 적용해 내년 하반기 완공된다.
1단계 17만 대 생산 규모로 시작해 2028년 총 25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거점으로 확대한다.
인도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 의지도 표명했다. 정 회장은 “인도에서 EV 모델을 지속 출시하고 EV 충전망 구축과 부품 현지화 등 인도 EV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게 인도 정부와 지속해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로보틱스·UAM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최근 UAM, 로보틱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수소 생태계를 신속하게 조성하고 소형원자료(SMR), 청정에너지를 통한 탄소중립 활동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자원 재활용 등 순환 경제를 활성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현지 개발 완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소형차 개발 허브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R&D 우수 인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인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과 인도 모디 총리는 앞서 여러 차례 만난 바있다. 2015년 모디 총리의 방한과 2016년과 2018년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2018년 인도 ‘MOVE 모빌리티 서밋’, 2019년 청와대 오찬 등에서 만나 양국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인도서 모빌리티 기업 위상 높인다
현대차그룹은 성장하는 인도 모빌리티 시장에서 중추적 기업 위상을 확고히 하고, 주도적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현지 생산 능력 확대와 시장에 유연한 제품라인업 전략, 하이테크 신기술 적용, 전동화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보유한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며 모빌리티 주요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 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승용차 시장은 410만 대 규모로, 2030년에는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동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으로 1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GM의 푸네 공장을 인수해 설비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첸나이공장은 지난해 도장라인 신설과 추가 설비 투자를 집행해 기존 77만 대에서 82만4000대로 생산능력이 증대됐다.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도 올해 상반기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혼류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연간 43만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푸네 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150만 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 인도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생산과 판매의 최적화를 통해 고객 만족과 수익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또 시장에 유연한 제품 라인업 전략을 추진한다. 시장변화를 면밀히 예측하며 다양한 차급, 파워트레인에 걸쳐 최적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SUV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도 시장에 특화된 SUV 모델을 지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파워트레인도 기존 내연기관 위주에서 EV, HEV 등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부터 EV 볼륨모델을 양산한다. 현대차는 내년 초 첫 현지 생산 EV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 인도 공장 첫 전기차 생산을 시작으로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EV 등 2030년까지 4종을 출시한다. 한국산 수입과 현지 생산을 병행해 고객에게 다양한 전기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하이테크 신기술 적용을 확대해 프리미엄 이미지도 강화한다. 커넥티비티, OTA, V2X, ADAS, 디지털 키 등첨단 안전·편의 신기술 등을 탑재함으로써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 전기차 대중화를 대비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동화 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셀, 배터리팩, PE(Power Electric)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전기차 공급망 현지화를 추진한다.
현재 현대차 첸나이공장 내 배터리팩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내년 초 양산되는 현지 특화 EV에 탑재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셀 현지화까지 추진 중이다.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기차충전소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와의 전기차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타밀나두주는 지난해 업무협약을 하고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공장 신설, 전기차 모델 라인업 확대, 타밀 나두주 주요 거점 고속 충전기 100기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최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