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의 0.25%(25bp) 인하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결정으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6조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결정은 지난해 1월 3.25%였던 기준 금리를 3.50%로 인상한 이후 21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0.50%까지 내려갔던 기준 금리는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9차례 인상돼 지난해 1월 3.50%까지 상승했다.
이후 한은은 13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는 등 기준 금리 인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경기침체,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2022년 이후 기업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은 지속해서 악화해 왔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2020~2021년 저금리 기조하에 내림세를 보였으나, 기준금리가 1%대를 초과한 2022년 2분기부터 지속해서 상승했다. 올해 기업 대출 연체율은 1분기 0.48%, 2분기 0.46%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1분기 당시(0.49%)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계대출연체율은 올해 1분기 0.37%, 2분기 0.36%로 2020년 1분기 수준(0.27%)을 웃돌고 있다.
한경협이 2010년 이후 기준 금리와 가계·기업의 대출 금리를 이용해 회귀 분석한 결과, 한은의 기준금리인하로 가계 대출 금리는 누적 0.14%p, 기업 대출 금리는 누적 0.19%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이 분석한 대출금리 하락 폭에 금융권(예금취급기관)의 가계·기업 대출 잔액을 곱해 산출한 이자 상환 부담 감소액은 가계 2조5000억 원, 기업 3조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특히 한경협은 가구당 이자 상환부담액이 평균 약 21만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해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경협은 기업들은 이번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자 부담액 규모가 워낙 큰 상황이라 재무·자금 사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10여 년 전인 2014년부터 2021년까지 30조~40조 원대에 머물렀으나,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 등의 여파로 2023년에는 93조8000억 원까지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38조7000억 원)과 비교했을 때 2.4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결정은 세계 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여건을 신중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금리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1회 인하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지원 강화를 동반하는 한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별도로 유동성 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