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이번에 건물을 다시 지으려고 집을 부수고 측량했다. 그런데 이웃집이 20년 넘게 A씨 집 일부를 폭 약 20㎝ 정도 침범해 담을 설치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래서 A씨는 이웃집 주인 B씨에게 측량선을 알려주며 담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으나 B씨는 오히려 A씨에게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했다. 누가 승소할까?
이러한 이웃 간에 경계 침범으로 인한 소송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건물이 이웃과의 경계선을 넘어 침범한 상태에서 평온·공연하게 20년이 흐른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점유취득시효’ 제도다. 그럼 어느 경우에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까?
먼저 점유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필요하므로 지료를 지급할 때는 소유의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고의적 무단 침범은 즉 타인의 토지임을 알고도 침범한 경우 역시 소유의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무단점유자에게도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가 변경돼 현재는 자신의 소유로 알고 점유했을 때만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된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유는 무단 점유의 경우 점유자는 통상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진정한 소유자가 반환을 요구할 때까지 임시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평균인의 도덕관념에 부합하므로,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졌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럼 자신의 소유로 알고 점유한 모든 경우가 다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까? 그렇지 않다. 침범한 땅의 면적이 자기 땅의 면적에 비해 아주 넓을 때는 측량을 하면 바로 타인의 토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렇듯 침범한 면적의 비율이 클 때는 법원은 악의로 추정한다. 원래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선의추정 원칙). 따라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다.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해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때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즉 자주점유 여부는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해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실무상 소유의 의사 여부에 대한 입증은 녹록하지 않다. 특히 이웃 간의 경계를 침범한 경우, 그 침범한 면적 및 전체 토지와의 비율, 토지 형상, 토지 매수 당시 상황 등을 토대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된다. 대법원 판례들을 분석해 보면, 점유자 본인의 땅과 침범한 면적의 비율, 침범한 면적의 정도 및 토지의 형상, 외벽의 존재와 같은 기존의 경계 현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침범자가 이웃의 땅인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때는 점유취득시효가 부정되고, 실수로 침범하는 등 경계침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때는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침범한 면적이 자기 땅의 면적에 비해 20% 이내의 경우는 통상 자주점유로 보아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해 주는 경향이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20%가 넘어도 토지의 형질상 고저차이, 담벼락의 존재 경계 현상 등으로 보아 점유자가 기존의 경계를 진실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자주점유로 인정해 줄 때도 있다.
사례로 돌아가 살펴보건대 이웃집이 A씨의 땅을 폭 20㎝ 정도로 침범한 것이라면 측량에 실수가 있어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웃집 B씨의 자주점유가 인정되므로 그가 점유로 인한 취득시효를 주장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씨가 패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