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탠퍼드대 교수 겸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신기욱 박사는 세계정제연구원이 주최한 웨비나에서
“2024년의 지정학적 상황은 2023년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더 큰 복합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신기욱 박사는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이 지난 12월 14일 ‘글로벌 지정학 위기 진단과 2024년 전망 및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의 토대 위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경제의 안보화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패럼다임은 그 시효를 다했고,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미국에 올인하기보다는 더욱 균형 있는 외교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동북아에서 한국·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북한의 신냉전 구도는 전략적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며 “냉전 시대의 미소 관계와 현재의 미중 관계는 다르고, 대중관계에 있어서 가치 외교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제적 자유 질서를 수호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고 중국 스스로가 이를 위해 변화해야 하지만,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민주주의대 권위주의의 프레임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만큼 안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보다 균형 있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박사는 “강화된 한미일 공조를 토대로 대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자칫 중국이 미국과 일본하고는 대화하면서 한국을 제외하는 매우 난감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내년에는 1월 대만 총통 선거, 4월 한국 총선, 4~5월 사이 인도 총선, 11월 미국 대선으로 중요한 선거 이벤트가 있다. 이들 선거 결과에 따라 큰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박사는 “대만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고,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 가능성도 과거보다 커졌다”며 “유럽과 중동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정학적으로 가장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만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바이든 아젠다 파기 또는 대폭 수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한미일 공조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박사는 “트럼프 당선 시 재선에 대한 부담이 없게 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힘으로 트럼프 자신의 아젠다를 밀어붙일 공산이 큰데, 미국 대내 정책보다도 대외 정책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만큼 한국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동맹강화를 강조해 온 우리 정부로서는 적절한 전략 수정을 검토해야 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간 신뢰 구축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재임 당시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미일 동맹을 돈독히 했던 경험을 참고할만하다고 언급했다. 신 박사는 “아직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고 바이든 재선 가능성도 여전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한, 대만 등의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을 것이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큰 산을 넘어 미중 대립, 기후변화와 전쟁,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포퓰리즘의 득세와 민주주의의 위기, 글로벌 리더십 부재 등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복합적인 글로벌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최소한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여야의 정쟁을 멈추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한국 총선에서도 포퓰리즘으로 인한 정치적 정서적 양극화는 제도적 절차를 통한 상대방의 인정을 거부하기 때문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