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이자 환경적으로 배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고 어민들의 터전 역할을 해 왔으며 철새들의 번식지이자 쉬어가는 곳의 역할도 담당해왔다. 그런 습지 주변을 걷는 트레킹이 최근 들어 생태 관광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호에는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고창의 운곡 습지와 고창과 바로 인접한 장성의 멋진 산책 코스들을 덧붙여 안내한다.
습지 주변을 걷는 트레킹이 최근 들어 생태 관광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드라마틱한 풍광이 펼쳐지진 않지만 다채로운 생물들이 싱그러움을 선사하고 지나치기 쉬운 환경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교육 장소로도 좋으며 남녀노소 부담 없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
람사르 협약은 사라지고 있는 습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난 1971년 국제적으로 맺은 환경 협약이다. 전 세계 170여 개 국이 가입한 상태이고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했다.
2018년 등록된 대부도 갯벌까지 포함해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습지는 현재 23개다.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서남해안의 갯벌들과 제주의 오름 습지 등이 주로 포함되어 있으며 자연 습지 중에는 창녕의 우포늪과 고창의 운곡 습지가 유명하다.
고창 운곡 습지는 람사르 습지뿐만 아니라 설악산, 제주도, 신안군의 다도해, 광릉 숲길에 이어 국내에서는 다섯 번째로 생물권 보전 지역에 선정된 곳이다. 2014년에는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고 2017년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인증을 받았다.
운곡 습지는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개간해 계단식 논으로 사용하던 곳이었으나 1980년대 초부터 운곡저수지의 물이 주변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공급되면서 30년 넘게 폐경지로 유지됐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간섭 없이 스스로 현재의 원시 습지 상태로 복원되어 수량이 풍부해지고 오염이 없는 깨끗한 습지로 태어났다. 자연이 가진 놀라운 자생력을 입증해 주는 장소로 현재는 고창군과 마을 주민들이 습지를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운곡이라는 이름은 마을 주변을 항상 안개가 덮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운곡 습지는 총 83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또한 고인돌 유적지와 연결해 한 번에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학습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장소이기도 하다.
운곡 습지 생태공원과 고인돌유적지 탐방 안내소까지 이어진 길은 체력과 시간에 따라 선택해 걸을 수 있는데 이왕이면 전망대에 올라 운곡 저수지와 습지, 숲까지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한다. 약 20분 정도 걸리는 체험 코스부터 산등성이와 수변길을 아우르며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골라서 즐길 수 있다.
이왕이면 습지에서 시작해 고인돌 유적까지 감상할 수 있는 3코스로 걸어보길 추천한다. 계절별로 찾아오는 새들이 다르지만 운이 좋으면 팔색조와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 조류를 만날 수 있고, 수달 등 천연기념물도 만날 수 있다.
물 위의 산책 ‘장성호 수변길’
호수 면적만 1만2000ha로 전라남도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장성호에 수변길이 만들어졌다. 2017년 처음 조성됐고 2018년에는 호수변에 데크길과 출렁다리를 설치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장성호는 1976년 길이 603m, 높이 36m의 장성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산으로 둘러싸인 경관을 자랑하고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하여 낚시터로 유명한 곳이 최근에는 트레킹 핫플레이스가 됐다.
장성호 수변길은 호수와 숲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제방의 좌측에 속하는 8.4km의 출렁길과 오른쪽에 속하는 2.6km의 숲속길로 이루어져 있다. 출렁길에서는 옐로우 출렁다리와 황금빛 출렁다리를 보고 숲속길에서는 숲 속을 걸으며 건너편 2개의 다리를 바라볼 수 있다.
전라남도와 장성군은 장성호를 한 바퀴 도는 34km의 수변100리길과 수상 레포츠단지 개발사업을 계획 중에 있는데 현재 정비된 수변길의 길이는 총 34km이고 걸을 수 있는 길은 11km구간이다. 특히 수변길의 양쪽 초입 부분은 모두 나무 데크로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2개의 출렁 다리를 모두 체험하고 출렁길의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데 약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또한 옐로우 출렁다리 부근에는 카페와 편의점, 분식점 등 편의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가족끼리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수변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황금빛 출렁다리는 호수와 숲이 파여진 작은 협곡 위에 자리하고 있다. 중심부로 갈수록 수면과 가까워지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한 가운데는 수면과 2~3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스릴감도 느낄 수 있다.
오른편 숲속길은 대나무 숲길과 야트막한 산허리에 자리한 다채로운 식물군이 자리하고 있다. 수변길과 또 다른 매력으로 풀내음을 맡으면서 산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약 40여 년 전 준공 당시에는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가 점차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장성호는 최근 5년 간 적극적인 개발을 하면서 여행 명소로 거듭났다. 호수의 탁 트인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숲의 싱그러운 공기가 도심의 피로를 날려주어 먼 길에서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2월과 3월에는 주말 평균 1만명이 수변길을 찾고 있을 정도다. 2018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걷기 길에도 선정된 만큼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무 그늘을 따라 걸으며 시원한 호수의 풍광을 볼 수 있는 장성으로 떠나보자.
피톤치드 가득한 ‘축령산 편백숲’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축령산은 전남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의 경계에 넓게 걸쳐 있다. 축령산에 편백나무 숲이 만들어진 데는 독림가인 임종국선생의 역할이 크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무분별한 벌목과 6.25전쟁의 피해로 민둥산이 되어버린 축령산 일대에 삼나무, 편백나무, 낙엽송 등과 함께 여러 수종을 조림했는데 그 수만 대략 250만 그루에 이른다.
약 34년에 걸쳐 한 명의 독림가가 이룬 숲은, 산림청에서 숲을 매입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넓은 상록수림대에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자리 잡은 풍광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편백나무 위주로 조성된 숲에는 약 10km가량 임도가 만들어져 있고 일반 방문객들도 임도를 이용하여 산책할 수 있다. 편백나무로 특성화된 치유의 숲에서는 산림욕과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
일반 나무들보다 피톤치드를 5배 이상 배출하는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항균 및 살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고 있거나 나쁜 소식을 안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이들이 꾸준히 축령산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백양사 산책로’
백양사는 1400여 년 전 창건한 고찰로 매표소부터 백양사까지 이르는 1.5km의 산책로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정도로 멋진 길이 있는 곳이다. 봄과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다.
또 단풍이 시작되는 10월 중순부터는 오색으로 변한 황홀경 속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백양사’ 하면 가을 풍광만 떠올리지만 백양사 뒤편으로 보이는 암봉들의 풍광 역시 수려함을 자랑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백양사 길을 걸어보자.
고창과 장성에서 먹어야 할 음식
고창은 활력을 주는 음식들로 유명하다. 복분자와 풍천 장어가 특히 유명한데 풍천은 선운산의 도솔암 계곡 쪽에서 시작하여 선운천으로 이어지는 물줄기를 칭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도 풍천 장어가 고창의 대표적인 특산품이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고창에 가면 조금 비싸지만 민물 장어 정식에 복분자 주스 한 잔을 곁들어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장성은 호수에서 잡히는 메기나 쏘가리로 만든 탕과 찜요리가 유명하다. 강렬한 감칠맛으로 무장한 메기찜은 언제나 인기 만점인 요리다.
「자료 제공 : 혜초여행, www.hyec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