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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권광석號’ 출항…포부 들어보니
우리은행 ‘권광석號’ 출항…포부 들어보니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0.04.30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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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

 

우리은행 ‘권광석號’가 출항했다. 52대 우리은행장으로 새 사령탑에 오르며 지휘봉을 잡은
권광석 행장은 고객 신뢰 회복과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객 우선 경영으로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 권 행장.  리치 에서는 그의 행보를 따라갔다.


 

“지금 우리은행은 지난 121년 동안 이뤄낸 수많은 성과와 영광을 뒤로한 채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빠른 시일 내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부족한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 행장의 일성이다. 이는 지금 우리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코로나19가 촉발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그의 진단에 기인하고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앞으로의 변화와 위험에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변화와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겠다”

“0.1초를 다투는 치열한 F1 자동차 경기에서도 사고 없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잠시 서킷에서 벗어나 연료를 공급받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피트인이라는 정비 시간이 필요 하듯이 우리은행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의 위기탈출을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권 행장은 현재 어깨가 무거운 입장이다. 내부기강 안정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실적 개선 등 산더미 같은 과제에 직면해 있어서다. 여기에 비은행 M&A와 은행 신뢰 회복이라는 중장기적 미션을 받아든 상황이다.
사실 우리은행의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은 상태다. 영업점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과 라임펀드 환매 연기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이슈가 쌓여 있다. DLF 사태로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실적 개선도 중요한 미션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가 떨어진 데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행장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임기가 단 1년뿐이라는 사실이 부담이다. 짧은 임기 안에 실적을 통한 성과를 내야 한다. 조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도 얻어야 한다. 고객 신뢰 회복과 내실 경영, 신규 사업 기회 발굴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내세운 그가 임기 내 이 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正道)영업과 고객중심의 영업문화를 확립하고 조직 안정을 통해 직원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여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
1년이라는 짧은 임기를 부여받아 장기 플랜 수립이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는 권 행장은 가장 먼저 DLF 사태 등 연이어 불거진 각종 이슈로 지친 조직을 추스르고 내부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주목받는 ‘고객중심의 시스템 개선’

그리고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신뢰 회복 ▲조직안정 ▲영업문화 혁신 등 세 가지 경영전략을 내걸었다. 이는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근본적인 혁신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컴플라이언스와 리스크 관리 등을 영업 앞단에서 먼저 고민해 빈틈이 없게 하고 영업점, 본점 직원 모두 ‘이게 안되면 영업을 못한다’라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당부한다.”
권 행장은 철저한 관리로 고객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영업문화를 컴플라이언스와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짠다는 게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수익과 자산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자산관리 영업을 중시하고 현재의 평가제도나 규정, 영업조직 등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이 고객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지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한다는 복안이다.
실적개선을 위한 구체적 전략도 마련해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맞춤식’ 현지화 해외영업이다. 이 전략에는 동남아 등 수익성이 높은 성장지역은 자본금 증자 등 현지 영업을 확대하고 성장이 정체된 글로벌 거점 점포들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등 IB영업의 전진기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철저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하고 개선해 어떤 경우에도 항상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
권 행장은 취임 후 첫 인사로 본점과 영업점 간 수시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은행장 직속 부서인 ‘미래금융디자인부’를 신설했다. 지난해 DLF 사태를 계기로 영업점 관행과 애로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대응하면서 이러한 사태와 같은 일을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금융디자인부는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공감신뢰팀’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추진팀’이다. 20여명으로 구성돼 지점장급이 부장을 맡고 있는 이들 팀은 각각 영업점과의 소통과 혁신 과제 발굴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예컨대 공감신뢰팀의 주 업무는 영업 현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는 한편 고객과의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혁신추진팀의 업무는 영업점 채널에 적용할 수 있는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권 행장의 직속부서로 배치된 미래금융디자인부는 PB와 IB를 결합한 PIB 모델을 중점으로 추진해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함께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본점과 영업 현장 간 소통을 상시화해 현장중심 은행 문화를 확립하고 고객 신뢰 회복을 이루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권 행장은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와 홍보브랜드로 재편하며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시켰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의 독립 조직으로 편성시켜 책임경영 강화를 더했다.

키워드는 ‘본점과 영업점간 소통’

떨어진 영업 현장의 사기를 올리는 것을 주요 과제를 부여 받고 있는 그는 이처럼 취임 직후부터 DLF 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는 앞으로 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잘못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신사업 모델도 발굴하겠다는 그의 포부가 담겨 있다.
과거 우리금융지주에서 전략, 인사 등 주요 업무를 두루 수행하면서 은행의 IB업무와 해외IR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는데 최적임자로 꼽힌 권 행장은 현재 자신감도 넘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 2년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를 맡으며 고객의 시각에서 시장과 은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일례로 그는 DLF 사태의 기저로 본점과 영업점 사이의 소통 부족을 꼽으면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업점에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줘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도 꼭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은행은 실적이나 영업점성과지표(KPI)보다는 당장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 고객들이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다.”
권 행장의 현장경영 중심의 경영전략은 그의 행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취임 직후 고객 우선 경영으로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기 위한 첫 행보로 서울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한 것이다. 남대문시장지점은 소상공인 등 300명 가까운 영세사업자가 총 100억원 수준의 긴급대출을 신청한 상태다. 
그의 이번 행보의 목적은 코로나19 사태 점검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현장경영이 깔려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장 내 지점을 직접 선택해 방문하고 방문 현장에서 코로나19 관련 대고객 지원 현황 등을 점검했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이번 현장경영에서 여신 지원으로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직원들의 현장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즉석에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가 이처럼 취임식을 제쳐두고 코로나19 대응 상황부터 챙긴 이유는 실물 경제의 위기가 금융 경제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과할 정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코로나19로 경기 자체가 싹 가라앉았는데 혹여나 금융위기로까지 상황이 악화되면 은행으로서도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권 행장이 과하다고 싶을 정도로 관련 지원책을 내놓고 임직원들을 독려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현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 대책을 펴고 있다. 신용보증재단과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위해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물론 신속한 여신지원을 위해 직원들을 보증재단에 파견한 것이 대표적이다.  

“멸사봉공 자세로 최선 다하겠다”

한편 권 행장은 소상공인 구인·구직난 해소에도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달 16일 알바천국 운영사 미디어윌네트웍스와 ‘소상공인 사장님과 구직자를 위한 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알바천국은 소상공인과 청년 구직자 등을 포함한 월 이용자 수가 약 3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협약으로 미디어윌네트웍스와 함께 구인구직 솔루션을 개발에 나섰다.
솔루션 개발에는 양사의 모바일 앱 등 비대면채널 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과 마케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용통계와 금융동향 등 빅데이터 공동연구를 추진 할 예정이다.
권광석 행장은 본인의 좌우명인 ‘자중자애(自重自愛)’를 인용하면서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스스로 동료와 은행을 아끼고 신뢰하며 나아가 진심으로 고객을 위하고 사랑하자”며 “은행 발전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했다. 

김은희 기자 (euncity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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