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된 ‘아바타’란 영화를 가족들과 함께 보기 위해서 극장을 찾은 적이 있다. 연말연초에 바쁜 일정으로 예매를 못한 상황에서 현장에 가면 티켓을 살 수 있겠지 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극장에 갔지만 상황은 아니나 다를까 예매 없이는 도저히 영화를 볼 수 없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사죄를 해 보았지만 가장의 준비성 부족이라는 치명타(?)를 입고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다가올 크고 작은 이벤트에 대비하여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준비성이 뛰어난 편이다. 사회가 선진화되며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미래의 불편함을 이겨내자는 유비무환의 정신과 예약문화의 발달은 그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입장권(티켓)은 미리 준비하고 예매한 사람들에게만 즐거움과 희망을 선물한다. 영화와 연극을 보고, 여행을 하고, 원하는 축구경기를 보고, 귀성길 열차를 예매 등등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펼쳐질 크고 작은 즐거운 이벤트를 위해서 현재의 시간과 비용을 희생쯤은 감수한다. 이렇듯 크고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서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 후반기의 가장 큰 이벤트인 행복한 노후를 위한 입장권(티켓)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장수혁명시대는 남 일?
과거에 대비한 장수혁명시대의 도래는 도처에서 목격된다. 장수시대에 관련된 질문하나.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운전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100세 넘는 운전자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있다. 2009년 3월 기준으로 3명이라고 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율은 8.8% (101만 9000대)로 1년 만에 0.6%P (11만2000대)로 그 상승폭이 매우 가파름을 볼 수 있다.
현대판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레이먼드 커즈와일(Kuzweil?60세)은 예언( 2008.6.4조선일보)을 통해서 반세기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간은 불멸의 존재로 진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기술훈장, 레멜슨 MIT상을 수상한 천재발명가이자 치밀한 분석과 예견력으로 지난 20년간 정확한 미래예측(90%이상 적중)으로 유명한 미래학자이다. 이러한 예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간의 수명은 10년 내지 20년 후에는 특별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100세 수명이 평균인 시대가 올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인생은 되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항해의 연속이고, 노후는 새로운 미지 세계의 이민생활과도 같다. 65세 이후 100세까지 30만6천6백 시간은 과거 선조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다. 어떤 사람들은 경솔하게 자신의 수명을 속단하고 두려움에 가득 찬 채 미루고 준비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자들은 홀가분하게 휴가를 즐기는 마음으로 새로운 공간을 탐구해 나갈 것이다. 95세 시점에서 왜 그리 빨리 은퇴해 버렸는지에 대해 후회할 것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수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과 인생 2막 이후를 미리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확실히 후회할 것이다. 우리에게 시간은 기회이고 그 3분의 1의 기회가 다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젠 우리에게 펼쳐질 위대한 시간들을 즐기기 위해 생각의 프레임을 더 길고 넓게 펼쳐놓고 미래 관점에서 현재를 보아야 한다. 그 미래의 프리즘이 현재를 수정하고 변화시킬 것이다. 이 도도한 흐름에 좀 더 빨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노후준비는 이러한 명언에 100% 부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적 빈곤감과 노후준비의 현실
옆집도 TV가 있고 우리집도 TV가 있다. 그런데 옆집만 갔다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찜찜하다. 우리 집은 29인치 평면TV인데 옆집은 50인치 초박형 LED TV로 가격도 우리 집의 10배쯤 한다. 이것이 바로 ‘상대적 빈곤감’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상대적 빈곤감’은 심각해질 것이다.
나이가 들면 옆집에 사는 사람도 늙고 나도 늙는다. 그러나 노후생활의 질이 다르다. 옆집은 가끔은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차도 운전하고 다니는데, 나는 등산만 죽어라 하고, 국내온천여행도 큰맘 먹어야 하고, 버스가 이동수단의 전부다.
우리는 65세가 되어 은퇴를 맞이하게 되면 그 동안의 재무설계실력을 검증받고 노후의 또 다른 신분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은퇴전에 아무리 잘나갔다 하더라도 은퇴시점에 뚜껑을 열어보니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30년의 노후가 고통의 시간일 확률이 큰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나라의 현재 노인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암담하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06년 기준으로 45%이다. OECD평균 13%보다 3.5배 높다. 우리나라 노인 가구 2가구 중 1가구는 가난하다는 소리다.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높다는 것이 보도 자료가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녀교육비가 최대의 적일 확률이 많다.
자녀에게 영어와 수학이 필수과목이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체계적인 학문인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50세대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필수과목은 바로 부부의 은퇴플랜이다. 은퇴플랜은 인생의 최종성적표이며 무시할 수도, 무시해서도,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준비할 수도 없다. 영어와 수학실력이 하루아침에 속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은퇴설계도 체계적으로 코치를 받으며 제대로 해야 한다. 현재의 달콤함에 안주하면 안되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전략과목인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은퇴설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교사로부터 배우는 은퇴준비
누구나 행복한 은퇴를 맞이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동일하다. 그러나 은퇴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막연함 그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주변에서 행복한 은퇴와 관련하여 본받고 배울 만한 사람은 없을까 ? 다름 아닌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교사들은 종종 가장 행복한 은퇴를 한다. 재무설계사인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교사들은 부자인 사람이 은퇴하는 것보다 더 행복하게 은퇴한다. 교사들의 은퇴가 왜 행복한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 타산지석의 예로 삼고자 한다.
첫째, 교사들의 은퇴의 시기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약 30여년 근무하고 60세를 전후하여 그들은 실제적으로 은퇴를 한다. 하지만 다른 직업이나 사업에 종사는 경우 ‘언제쯤 은퇴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라는 답변도 자주 나온다. 명확한 은퇴시기는 은퇴설계의 기초가 되는 아주 중요한 핵심키워드이다.
둘째, 교사는 은퇴기간 중 연금을 받는다. 물론 다른 직업이나 사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연금을 수령한다. 하지만 연금액수의 차이가 크다. 교사들의 연금액수는 그들이 은퇴 전에 받았던 급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교사들의 경우 자신이 받던 급여의 약 70%를 연금으로 받게 되며 이런 급여는 연금을 받는 시점부터 물가상승률로 인상되어 실질가치가 보장된다.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연금이 없거나 교사들이 받는 연금비율보다 적게 받는다.
셋째, 대부분의 교사들은 경제활동 중에 좋은 저축이나 투자습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시작하면서부터 교직원공제회를 이용한 저축을 습관화한다. 교직원공제회에 급여이체 되는 금액은 선택한 구좌단위로 납입할 수 있으며 납입기간의 제약이 없이 퇴직까지 불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교사들의 저축습관은 앞서 설명한 은퇴시기가 정해지고 은퇴기간 중 연금으로 생활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에서 발생된 것들이다. 반면에 다른 직업이나 사업에 종사하는 경우는 미래가 불안정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저축과 투자습관을 갖기 어려운 점도 인정하지만 이러한 좋은 저축과 투자습관을 위해 지금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교사들은 종종 은퇴기간 중 계속하려고 하는 활동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방학 중 레저나 다른 일에 대해 개발을 많이 해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섯째,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은퇴할 다른 교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이와 같은 관계 덕분에 은퇴 후에도 동질적인 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
교사라는 직업은 젊은 시절에는 남들만큼 많은 자산을 가지고 부유하게는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노후가 부러울 만큼 좋은 이유는 평생월급처럼 종신토록 수령하는 연금의 힘일 것이고, 그러한 연금에 힘에 의해서 더욱 건강한 노후생활이 보장되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많은 연금을 수령하는 이면에 30년을 넘게 자신의 급여에서 17%씩 납부해온 끈질긴 노력과 열정을 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노후행복 원천 ‘개인연금’
성공하는 노후를 결정짓는 여러 요건 중 평생월급을 제공할 수 있는 연금의 중요성은 여러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65세가 되면 연금액에 따라서 노후의 신분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기초노령연금만 수령하는 사람, 국민연금만 수령하는 사람, 국민연금에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사람, 그리고 이모든 것 위에 개인연금을 추가하여 수령하는 사람 등이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만을 수령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불행한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으로 쌀을 사고, 퇴직연금으로 반찬을 사고, 개인연금으로 인생을 즐기는 엔조이 자금으로 생각하자. 쌀과 반찬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노후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재미없는 인생 아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벽돌을 쌓는 정성으로 개인연금을 통한 엔조이자금을 준비하여 행복한 노후의 미래를 열어가자. 천릿길도 한걸음부터고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진리에 대해서도 생각하자.
은퇴생활을 여행으로 비유하자면 여행기간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여행이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 될 것이다. 여행에는 돈이 필요하고 여행기간을 알 수 없는 만큼
나에게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평생토록 엔조이자금을 제공할 개인용 연금빌딩 한 채를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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