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등 ‘힘껏 견인’다짐
설립 이래 첫 적자를 낸 수출입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경쟁력 회복가능성이 충분한 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취임사에 그대로 드러났다.
“전통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수출을 주도해 왔지만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이나 기업들에 대해 우리 수은이 대외경쟁력 회복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서 세계적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하겠습니다.”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조선·해운업처럼 업종 전체가 어려운 곳은 물론 일시적 혹은 단기적으로 부진에 빠진 기업 중에서도 철처히 옥석을 가려서 살려 낼 기업을 살리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표명한 것이어서 앞날이 주목된다.
“지난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수은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진단은 “경기가 어려운 때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한 수은의 책임감과 쌍을 이뤘다.
“모든 수은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관되게 주어진 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는 다짐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수은 역량 높여 수주절벽 돌파
수은이 주력할 과제로는 플랜트와 해외건설 등 수주절벽 돌파가 긴요한 주력산업 지원을 첫손 꼽았다.
“PF금융과 구조화금융, 복합금융, 개발금융 등 우리나라에서 수은이 가장 잘하는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지원 수단까지 총망라해서 기업들의 수주경쟁력을 높여 주어야 합니다.”
은행 업무 고도화 필요성도 직시했다. 사업규모가 커지고 복잡다단해지면서 고객 기업들의 요구 조건과 시기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발굴 단계부터 고객 기업들과 금융지원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협력해 달라”는 주문이 나온 이유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조선·해운산업 지원을 축소하고 있지만 정책금융기관인 수은은 선택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생이 가능한 기업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수은이 옥석을 가려, 우량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걸린 산업·시장 육성 박차
서비스, 에너지, 미래 운송기기 등 신 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과 아프리카, 이란 등 신 시장 개척 또한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시대(超連結時代)라는 최근 흐름에 맞춰, 신 성장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기업단위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서는 인수·합병, 수직통합, 이종 산업과의 결합 등이 가능하도록 다각적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이란 등의 신 시장 개척에 필요한 지원을 아낌 없이 제공하고, 민간금융회사들과 함께 진출해 우리 기업들의 시장 개척은 물론 현지사업 확대로 이어주는 금융 플랫폼 역할 수행에도 힘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은이 글로벌 파트너들과 수행했던 프로젝트 경험과 시장 리서치 역량은 민간금융회사들과 나눠서 우리 기업들이 원하는 금융패키지를 공급해 주는 일에도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시장 개척을 비롯해 현지 정보와 네트워크 등 수은만의 강점을 살려 민간부문 신흥시장 진출과정에서 직면할 리스크를 대폭 낮춰 주는 역할도 다짐했다.
수요자 눈높이서, 제 때 공급
나아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성장단계에 맞는 금융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경제 동반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행장이 이끄는 수은이 어떤 국책금융기관으로 발돋움 할 것인지는 다음 주문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 수은이 선진화된 리스크 관리 및 경영관리 혁신방안 등을 제대로 이행하는 동시에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정책금융을 제때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내외 모든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으므로 골짜기가 아무리 깊어도 정책금융이 견인차 역할을 발휘해야 하기에 수은의 변신은 대대적인 환골탈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수요자 눈높이에서’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했어도 수요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 결과가 된다”고 강조한 그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협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수은은 국민경제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야 존재가치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선진금융기관 뛰어넘는 수은”
여기다 최 행장은 일하는 방식 개선 작업에 팔을 걷어붙일 것임을 예고했다.
문서작성 줄이기, 보여주기식 업무나 행사나 의전 하지 않기, 구두 보고 활성화하기, 보고 시 실무자 동반하기 등을 곧바로 실천에 나섰다.
구성원간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부서간 긴밀한 협력을 추구해 조직 전반에 걸친 시너지를 높이는 노력에도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열 번 설득하지 않으면 설득한 것이 아니고, 열 번 듣지 않으면 들어준 것이 아니라는 열린 마음으로 적극 소통하여 ‘신뢰의 수은 문화’를 싹 틔워 봅시다.”
궁극적으로 최 행장의 비전은 ‘선진금융기관과 당당히 겨루는 자랑스러운 수은’이다.
당연히 ‘업무역량과 식견’부터 선진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을 늘 주시하여 그에 맞는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설정한 후 전문성을 기반으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보는 수은인.’
그가 제시한 인재상이다. 이를 위해 최 행장은 “자기계발 기회를 가급적 많이 제공하는 한편, 열정과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