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최근까지 IT업계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방송통신 부문을 관장하던 정보통신부가 출범 1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사건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차세대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정보통신부를 각 부처로 재배치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로텔레콤이 SK의 품으로 돌아간 것은 업계 전체를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통신 시장의 큰 틀을 차지했던 하나로텔레콤. 옛 한국통신(현 KT)의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로컨소시엄’에 뿌리를 둔 하나로텔레콤은 초기 하나로통신이라는 이름에서 2004년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외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통신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경영권이 외국계 사모펀드인 AIG-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가는 아픔도 치렀고 이후 SK텔레콤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지금은 SK브로드밴드로 자리 잡았다.
이 두 개의 큰 사건과 함께 국민 통신 기업인 KT와 계열사 KTF 수장들이 납품비리에 연루된 것은 IT산업 전반의 위기감을 더욱 극대화했다.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지배주주가 없는 주인 없는 민영 기업이라는 오명을 끝내 벗지 못하고 이 같은 비리 사건이 수면위에 오르면서 구조적 쇄신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대표이사가 모두 구속되고 사퇴하는 불미스러운 결과를 초래했으며 결국 양사간에 합병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업무 경영공백 사태를 겪어야 했다.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고 향후 초고속 통신망 관련 차세대 인프라 사업에도 지장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국민 통신 기업은 신임 사장인 이석채씨(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손에 쥐어졌다. 차세대 성장 동력 추진을 위해 그가 어떠한 역할을 할지 IT산업계 전반의 이목이 모아진다.
IT산업 전반적으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다. 지난해에도 옥션을 통해 대거 유출된 개인정보는 무려 1000만 명에 이르고 하나로텔레콤을 통해 유출된 것은 6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이후 GS칼텍스,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이 같은 사건 사고를 불식시켜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게 IT산업 전반적인 분위기다. 안으로 곪은 살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성장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아직 별다른 큰 사건 사고가 터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IT산업계에서는 2009년을 차세대 성장 동력 위주의 사업 전개의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게 ▲개인정보보호 제도 강화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 ▲IPTV 활성화 ▲010 단일 번호 통합의 5개로 분류된다.
그 첫 번째를 보자면 2009년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가입 방법’ 제공을 의무화하고 개인정보보호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두 번째로 4월부터 이동전화 가입자들은 범용 모바일 OS가 탑재된 스마트폰 등 다양한 단말기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단말기 가격하락이 예상되어 이용자 편익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 방침은 최근 모바일 플랫폼에서 범용 모바일 OS로 빠른 속도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 통신시장의 기술발전 추세에 대응하기 위하여 위피 또는 범용 모바일 OS를 이동전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이용자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IPTV와 010 단일 국번 통합은 정부에서도 관심이 높은 부분이다. 2008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IPTV 상용서비스 출범 기념식‘은 정부의 해당 사업에 대한 관심도를 대변한다.
주관 부처인 방통위는 IPTV 활성화를 통해 통신사업자의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는 포석이며, IPTV 사업자는 포화된 통신시장의 돌파구를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인 IPTV로 뚫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 2004년 휴대폰 번호 관리의 효율성 증대와 이용자 편익 증진을 위해 제안된 011, 017, 019, 016 등의 식별번호 010 통합 안이 2009년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사용자 중심의 변화와 혁신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IT산업계의 전망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의 희망과 단순함을 추구하는 제조사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인터넷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부문 모두 장족의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웹서핑의 첫 관문이자 콘텐츠 집합소인 ‘포털사이트’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올해 초 네이버, 야후, 다음, 구글, 파란, 네이트닷컴, MSN 등 국내 포털사이트들은 일제히 사용자들이 자사의 포털사이트를 이용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웹서핑을 즐기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도록 콘텐츠 재배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2009년에는 반드시 IT산업 전반적으로 ‘변혁’이 필요한 때”라면서 “개혁을 통해 과감한 군살빼기와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하고, 특히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대명제를 앞둔 IT산업의 숙제”라고 진단한다. 바로 ‘성장’의 키워드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