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년 만에 전면적인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 완화에 나섰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정부가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해 세 부담을 대폭 완화하고 상속세 자녀 공제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상향해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낮춘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밸류업 기업의 가업상속공제를 최대 6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2배 늘린다.
기회특구기업은 한도를 없앤다. 최대 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도 추진한다. 기업의 출산 지원금 전액에 대한 근로소득세 비과세를 추진하고 자녀 세액공제는 10만 원을 높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범석 1차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세법 개정안은 경제의 역동성 지원과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 등 네 가지에 중점을 두고 마련됐다.
상속세 최고세율 50→40%
25년 동안 손대지 않았던 상속·증여세 과세 표준과 세율을 바꾸기로 하고 과세표준상 최저세율(10%) 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또 최고세율인 50% 구간(30억 원 초과)은 없애 최고세율은 40%, 과세표준은 10억 원 초과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과표 조정 대상 인원을 8만3000명, 최고세율 인하 대상 인원을 2400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은 현행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배우자 공제(5억~30억 원), 기초공제(2억 원) 등과 합산하면 유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만약 상속재산이 25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 원으로 가정하고 자녀 2명이 있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공제 규모가 10억 원 수준이다. 자녀 공제와 기초공제를 합쳐 5억 원 미만일 때 받는 일괄공제 5억 원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더한 값이다.
그러나 자녀 공제가 5억 원으로 확대되면 공제 규모는 15억 원(자녀 2명+배우자)과 기초공제 2억 원을 합쳐 모두 17억 원으로 7억 원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세 부담도 4억4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으로 2억7000만 원 줄어든다.
금투세 폐지 추진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기조를 재확인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수익이 연 5000만 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 원일 때 수익에 대해 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납입 한도를 연 2000만 원(총 1억 원)에서 연 4000만 원(총 2억 원)으로 두 배 늘리고 비과세 한도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총 급여액 5000만 원·종합 소득금액 3800만 원 이하나 농어민이 대상인 서민형은 비과세 한도가 4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국내 투자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주식시장 수요 기반 확충과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는 비과세 혜택 없이 14%의 분리과세 세율이 적용된다.
밸류업 기업 가업상속공제 2배↑
밸류업·스케일업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 원에서 1200억 원까지 높아진다. 최대 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도 추진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 상속 재산에 최대 600억 원 한도로 과세 가액에서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중소기업 또는 연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밸류업, 스케일업,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제 한도도 대폭 상향해 밸류업과 스케일업 우수기업은 기존 공제 한도를 2배 확대한다.
기존 가업 영위 기간 10년, 20년, 30년 이상의 공제 한도는 300억 원, 400억 원, 600억 원인데, 각각 600억 원, 800억 원, 12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가 적용되는 사업용 자산의 범위가 확대해 임직원 임대주택, 주택자금 대여금 등이 추가되고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제도는 폐지한다.
현행 상속세제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분에 대해 50%의 최고세율을 적용한다. 다만 기업의 최대 주주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주식 평가액의 20%를 가산해 상속분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최대 주주 할증평가가 폐지되면 상속세율이 10%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결혼·출산 세제 혜택 확대한다
세법 개정안에는 저출산 관련 세제 혜택도 대거 포함됐다. 혼인신고 때 인당 50만 원, 최대 100만 원 규모의 결혼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혼인신고분부터 2026년까지 3년 동안 생애 1회만 적용한다.
결혼 가구의 주택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자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지원도 확대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총급여액 7000만 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에게 납입액 300만 원 한도에서 40%를 소득공제해주고 있다.
또 총급여액 3600만 원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500만 원 한도에서 이자소득을 비과세하는 혜택도 있다. 이런 혜택은 세대주에게만 한정됐는데, 개정안에는 세대주 외에 배우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1세대 1주택 특례 적용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현행 제도상 1주택을 각각 보유한 남녀가 혼인해 1세대 2주택자가 되면 주택 하나를 5년 내에 처분하지 않을 때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에 있어 다주택자로 간주하는데 이 기간을 1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현행 출산 지원금의 비과세 한도가 월 20만 원 수준인데 앞으로 전액에 대한 근로소득세 비과세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자녀 세액공제 금액을 각 10만 원씩 확대해 자녀가 1명이면 15만 원에서 25만 원, 2명일 때 20만 원에서 30만 원, 3명 이상일 때 인당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밖에 상생 임대인 양도세 특례 2026년까지 연장, 헬스장·수영장 이용료 연간 최대 300만 원 소득공제, 친환경차 개소세 감면 2년 연장, 노란우산공제 한도액 5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상향, 가상자산 과세 2년 더 유예, 1주택자가 인구 감소 지역 내 주택 한 채 취득 시 ‘1주택자’ 혜택 등도 이번 개정안에 담았다.
내년부터 5년간 세수 감소 4조3515억 원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내년부터 5년간 모두 4조 3515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에는 올해 대비 6227억 원 줄고 2026년에는 전년 대비 3조 8833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은 전년 대비 3888억 원이 줄었다가 2028년 8756억 원이 증가하고 2029년 다시 3323억 원 줄어들 전망이다.
5년 동안 세수 효과를 세목별로 보면 자녀 공제, 최고세율 인하 등이 적용돼 상속·증여세가 4조565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각각 4557억 원, 3678억 원 줄어들지만, 부가가치세는 3656억 원 늘어날 예정이다. 이번 세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세기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총 15개의 법률을 개정하게 된다. 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