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24년 글로벌 및 국내 경제,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리치에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중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글로벌 통화긴축이 종료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대표되는 3고 현상은 점차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펜데믹 이후 나타난 구조적인 변화로 물가·금리·환율의 수준 자체는 과거보다 여전히 높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인 물가압력이 지속하면서 저물가·저금리 기조로 복귀하기 쉽지 않을 수 있고, 원달러 환율 또한 수출 모멘텀 약화, 해외투자 증가 등의 요인으로 새로운 레벨이 형성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은 긴축적 금융여건이 다소 완화하고 글로벌 교역 또한 소폭이나마 회복되면서 국내 경제를 둘러싼 제반환경은 개선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세계 경제의 통합정도가 축소되는 경제 분절화 등에 따른 세계교역 회복력 제한 속에 저출산·고령화 가속 등으로 구조적인 저성장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성장동력 창출 등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교역·IT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투자 개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의 부정적인 파급효과 등으로 1.3%(추정)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와 주요국 금리인상 기조 종료,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회복하면서 올해보다 개선된 2.1%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민간소비는 경기 회복과 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소비 심리 개선과 물가안정에 따른 실질소득 개선 등으로 회복세는 이어가겠지만, 펜트 업 수요 약화 속 고용과 임금 증가세 둔화,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증가율은 2.2%(2023년 2.0% 추정)로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펜트 업 효과(pent-up effect)는 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이다.
외부의 영향으로 수요가 억제됐다가 그 요인이 해소되면서 발생하는 효과를 말한다. 2020년 발생했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경제 활동이 각국의 봉쇄 해제 조치와 맞물리며 급격히 살아난 사례를 빗댈 수 있다.
건설투자는 정부의 SOC 예산 확대에 따른 토목투자 증가와 금융비용 상승세 진정에도 올해 중 부동산 경기 둔화로 착공과 수주 등 선행지표의 부진이 심화됐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2023년 0.2%→2024년 –0.3%)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설비투자는 재고 부담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IT경기 회복에 따른 반도체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비 IT 부문의 차세대 기술 선제 투자 등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며 올해 –1.7%에서 내년 3.0%로 증가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통관 기준)은 글로벌 재화와 제조업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반도체 감산의 영향으로 단가가 상승하고 IT 수요 회복으로 물량도 개선되면서 증가율은 플러스로 전환(2023년 –8.0%→2024년 8.2%)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달러 환율 안정화와 서비스물가의 상방압력 약화 등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2023년 3.6%→2024년 2.6%)이지만, 원자재 수급불안 속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으로 둔화 경로의 불확실성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오현희 연구위원은 “내년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큰 폭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성장 모멘텀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통화긴축 종료 후 금리·환율 내림세 예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물가 위험 잔존과 가계부채 재 증가 부담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수준(3.5%)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수준이 2%대로 안정화되는 내년 하반기 중 연준의 정책 전환을 확인한 후 후행적으로 금리인하가 단행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장금리는 미국 정책금리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긴축으로 인한 미 성장둔화가 구체화하면서 대외 금리가 하락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면서 연중 점진적인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내년 이후 물가 압력 완화와 국내외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연중 시장금리는 상고하저 흐름이 예상된다”며 “정기예금 재유치 경쟁과 정부의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에 따른 순발행 증가 우려 등은 금리 내림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도 연준의 긴축 종료와 달러화 강세 압력 완화 속 수출 회복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등을 고려할 때 상고하저 흐름(평균 원달러 환율 2024년 상반기 1293원 → 하반기 1268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이어지면서 환율의 변동성 위험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연준의 통화긴축과 중국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수요 집중···주택 가격 제한적 반등
내년 주택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크고 DSR규제로 가계의 차입여력도 낮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크게 늘기는 어려워 주택 가격은 올해보다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도권과 지방의 규제 수준이 거의 유사하고 가격의 재 하락 우려에 우량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3년 후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하며 가격 상승여력이 큰 수도권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겠지만, 정책 모기지가 축소되고 대출 상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 매수세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