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13:56 (목)
민중을 위로하는  한(恨)의 오페라.....‘나부코’
민중을 위로하는  한(恨)의 오페라.....‘나부코’
  • 한계희 기자
  • 승인 2023.11.0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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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이분법으로 풀어낸 희망을 향한 여정

 

2021년 8월 16년 만에 전막 무대로 선보인 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무대’ ‘시공을 뛰어넘는 무대 
미학과 철학’ 등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나부코’가 다시 한번 관객을 찾는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나부코’는 억압받아 온 민족을 위로하는 오페라다. 베르디가 활동하던 당시 이탈리아는 합스부르크 제국(오늘날의 오스트리아)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민족 공동체와 자유를 갈망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베르디가 작곡한 것이 바로 ‘나부코’다. 


‘나부코’는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 바빌론에서 고난을 겪었던 구약성서 속 바빌론 유수를 바탕으로 한다. 베르디 작품 중 유일한 성서 오페라다. 특히나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는 희망찬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민중의 마음을 위로하는 노래이자, 이탈리아인을 하나로 묶는 투쟁가로 이탈리아 제2의 국가로 여겨진다. 


작품의 연출은 무대와 의상, 조명 모두를 맡아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오페라계의 슈퍼스타, 스테파노 포다가 맡았다.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한 무대를 다시 만나 볼 수 있다. ‘나부코’는 역사적 배경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 희망과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둔다. 바빌로니아인과 유대인은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두 무리로 구분해 무대를 채운다.

특히 2막에서 두 무리가 뒤얽히며 인간 탑을 만들어 내는 장면은 이번 ‘나부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스테파노 포다는 “특정한 시대적 언급 대신, 아무것도 호명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음악에 기대여 무대를 꾸밀 것”이라며 “이 작품은 희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나부코’는 한국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미장센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한옥의 전통 문양을 연상하는 격자무늬로 무대를 둘러쌓고 한국의 전통 실크를 활용해 의상을 제작했다. ‘나부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에서는 한국 고유 정서인 ‘한’을 조형화한 무대 배경과 ‘평화의 소녀상’을 오마주한 조형물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스테파노 포다는 “한국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한’의 정서와 ‘나부코’에 담긴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며 “억압에 시달리고 고통받으면서도 존엄을 지켜내고 결속을 다지는 이들이 가지는 ‘한’이라는 정서를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인류에 대한 성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지휘는 젊은 명장 홍석원이 한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 주립극장 수석 지휘자를 역임하고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그는 지난 ‘나부코’ 연주에서 높은 완성도와 매력적인 템포를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70여 명의 합창단과 60여 명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해 내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에서 관객들이 절망 속에 피어나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보기를 바란다”며 주인공들의 내적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변화무쌍한 음악, 아직 구원받지 못한 ‘한’이 담긴 합창, 좌절 가운데서도 미래를 향한 희망이 살아있는 절실하고 호소력 짙은 합창을 통해 웅장한 무대를 완성할 예정이다.


‘나부코’는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공연한다.  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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