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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술계의 핫한 화제는?
지금 미술계의 핫한 화제는?
  • 유지선 프랑스특파원
  • 승인 2023.07.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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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는 7월, 어느새 2023년의 절반이 지나가려 하고 있다. 2023년은 미술계에 있어 참 흥미로운 해다. 지난해부터 팬데믹의 약세로 점차 오프라인 행사가 부활을 알리기 시작했고, 국내 미술시장은 이전에 없던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길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상화폐의 몰락, 인플레이션 등으로 올 한 해 미술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반기를 준비하며 올해 도드라지기 시작한 본격적으로 뉴 제너레이션의 행보와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인 인공지능(AI) 기술 등···, 올 상반기를 장식한 미술계 소식 몇 가지를 알아보겠다.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작품 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net)는 지난 4월 발행한 ‘아트 인더스트리 트렌드 2023’(Artsy Art Industry Trends 2023)에서는 2023년 미술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갤러리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장르는 추상화다. ▲온라인 판매는 제1시장과 제2시장 갤러리들에게 있어 가장 핵심적인 판매 채널이다.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으로 갤러리들은 예상에 없던 가격 인상을 감행해야 했다. ▲SNS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신생 갤러리들은 기존과 차별화된 이들만의 아이덴티티를 개척하는 중이다. ▲대부분 갤러리는 아티스트를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해 낸다.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은 온라인 판매의 중요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신생 갤러리의 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시의 글로벌 세일즈 앤 파트너십 부사장 캐린 카람(Carine Karam)은 “미술품 온라인 판매는 선택 아닌 필수”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갤러리에서 새롭게 부상 중인 판매 경로로 온라인 거래 플랫폼과 e-커머스 45%, 인스타그램 32%, 문자와 메신저 앱 12%라는 숫자가 나왔다. 미술 작품을 구매할 때 무조건 직접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시에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기에 수월하도록, 작품 가격처럼 기존에 극비로 취급하던 정보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12개월 사이 작품에 가장 고액을 투자한 고객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5~54세 사이의 이른바 젊은 ‘뉴 컬렉터 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설립한 지 3년 미만인 갤러리에서는 59%, 3년 이상인 갤러리에서는 46%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정보를 조합해 보면 현재 미술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젊은 컬렉터들로 그들의 주요 구매 경로는 온라인 플랫폼 또는 SNS라는 뜻이 된다.


국제갤러리 손혜정 이사에 따르면 이들 중 70%가 온라인으로만 작품을 구매했다는 통계도 있지만, 온·오프라인을 유연하게 넘나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갤러리와 관계에 의지하기보다는 SNS로 작가와 직접 연락하고, 글로벌 디지털 판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젊은 컬렉터들의 유입으로 (팬데믹의 영향도 크지만) 온라인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던 미술 시장도 마침내 온라인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온라인의 강세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AI다. 2023년은 단연 AI의 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미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힘입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사의 DALL·E(달리),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이른바 ‘AI 화가’ 툴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AI툴들은 저마다 로직은 조금 다지만, 몇 가지 명령어만으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기능은 공통으로 같다. 이 중 미드저니는 특히 SNS에서부터 점차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미드저니를 이용해 제작한 그림과 영상들이 엄청난 퀄리티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공유되면서 이름을 알린 것이다. 또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는 제이슨 앨런이라는 아티스트가 미드저니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연일 미디어는 ‘아티스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최근까지만 해도 AI 기술에도 살아남을 직업 1순위였던 아티스트가 벌써 타격받기 시작했다.


AI에 대한 미술계의 반응은 갈린다. 1839년 최초의 사진술인 다게레오타이프가 등장했을 때 ‘더 이상 아티스트에게 설 자리는 없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보이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걸 사진이 대체하자, 거꾸로 ‘느끼는 대로’ 그리며 아티스트의 시각과 개성을 표현하는 인상주의가 태어났다. 이처럼 미술계도 새로운 기술에 맞추어 끊임없이 진화해 온 만큼 AI를 포토샵과 같은 툴로 취급하는 의견도 있다. 


AI를 향해 염려스러운 의견을 비치는 건 주로 디지털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이는 AI의 특성상 온라인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조합해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자기 작업물을 무단으로 도용당할 위협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긁어온 정보로 생성해 낸 결과물이 과연 창작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과 사용자들의 수요에 발맞춰 AI에 관한 규제와 보강이 시급한 시점이다.


2022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미술시장은 연말쯤에 내림세를 보이며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경기 불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023년 상반기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개념과 기술에 대한 뉴스, 이러한 새 요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시장에 적용할지에 대한 목소리들이 지배적이었다. 앞으로 6개월, 연말까지 이어지는 대형 아트 페어와 옥션 소식을 기다리며 남은 2023년의 행태를 지켜보도록 하자.  유지선 프랑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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