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며 지구촌 미술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옥조 김소선 작가.” 가장 대표적으로 듣는 평가지만 결코 충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평은 어떤가. “2005년 일본 도시바에 마련된 전시회를 둘러보던 나는 대형 도판에 떡 버티고 서서 으르렁거리며 당장 뛰쳐나올 것 같은 호랑이를 보며 참으로 놀랐다. 내 머리 속에 있던 커피 잔과 항아리들은 산산조각이 났다.”(이시형 원장)
일전에 요룬 하거슈타트 노르웨이 베르겐 국립박물관장의 “문화의 다양성과 이해를 받아들이게 하는 고급스러운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은 것처럼 해외 이방인들의 평가는 우리의 멋을 담았기에 큰 감동을 주는 작품 특질이 생생히 드러난다.
백두대간과 호랑이 심상
도도히 우리 민족 긴 역사와 함께했던 호랑이를 소재로 김소선 작가 작품이 일으킨 센세이션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9월 태권도원이 개원하던 때 태권도박물관 특별 전시관에 선보인 작품들도 큰 반향을 불렀다.
전북 무주의 광활하며 청명한 산야를 배경으로 민족 고유 전통무예 태권도를 펼치는 호랑이, ‘무주 호랑이’가 큰 폭으로 관객들을 맞았던 때다.
당시 김 작가의 코멘트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열쇠가 된다.
“용맹하면서도 부드러운 한국인의 모습을 나타내는 민화 속 호랑이가 태권도하는 모습을 통해 태권도 종주국의 상징시설인 태권도원의 이미지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조선백자·우리민화 앙상블
“백자위에 한국 민화를 그린 작품은 종이나 헝겊에 그린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몇몇 작품은 도자기 조각을 구리와 납으로 연결해 한국 재래식 창문 밖의 호랑이나 우리 속의 호랑이를 현대인의 입장에서 표현하기도 했다.”(2002년 9월26일 시카고 중앙일보)
조선 백자가 간직한 품성 위에 우리 민족정서가 생동하는 형상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김소선 작가의 작품이 감동을 확보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화선지나 캔버스가 아닌 백자라는 제한적인 공간에 무엇보다 수정이나 가필도 불가능한데다 1300여도가 넘는 가마에서 다시 구워져 나온 뒤라야 비로소 색감을 확인할 수 있는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주춧돌이라 할만 하다.
고유의 멋 발전적 재구성
그렇다고 우리 전통 색채를 재현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국내외 수많은 관객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카고 전시회 당시 이인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옥조의 작품은 과감한 구도와 힘 있는 필치, 그리고 알맞게 화려한 색채감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킵니다. 타고난 예술성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선조들의 민화를 발굴, 연구하고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현해 보는 성실성과 부지런함 또한 감동을 줍니다.”
우리 고유의 멋을 질료로 삼아 오늘날의 감각과 미의식에 적합하게 재구성 하여 미술 한류의 가능성도 열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미술 한류 선두주자 손꼽혀
김소선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20여 년간 주로 백자에 우리 민화를 그려왔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유럽 등에서도 초대받아 전시회를 열면서 21세기 진화형 한국문화의 정수를 알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경운박물관 전시회 때 소개 글 그대로 “우리 민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 시키며 미술 한류의 선두주자로 활약하고”있다.
대표작 ‘소나무와 호랑이’를 비롯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원숭이와 고양이 등 다양한 존재들은 우리 민족 심상과 함께 했던 자연세계의 예술적 형상이어서 무척 반갑고 정답게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