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개편한다. 조사자가 시장 증거에 따라 부동산 각각의 시장 변동률을 판단하되 균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균형성 제고분을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공시가격의 균형성이 크게 저하된 지역과 부동산을 선별해 개선하고 균형성 제고는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 9월 12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추진에 따라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선과 균형성 제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체계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 합리화 방안은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 따른 현실화 계획 폐지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다. 연구용역과 전문가 자문, 국민 인식 조사,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마련했다.
현실화 계획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 11월 수립해 2021년 부동산 가격 공시부터 적용했다. 하지만 적용 과정에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공시가격이 거래가격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잇달아 제기됨에 따라 올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통해 폐지를 추진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국토부는 “그동안 연구 등을 통해 공시제도의 안정성 훼손, 국민의 경제적 부담 증가, 국민의 혼선과 불편 초래 등 현실화 계획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확인한 만큼 부동산 공시법 개정으로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하고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공시제도 개편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 인식 조사로 공시가격의 균형성과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것으로 확인한 만큼 공시제도가 일반적인 인식에 부합할 수 있게 인위적인 공시가격 인상이 아닌 공시가격의 균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어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개편한다”고 했다.
우선 공시가격 산정 방식은 해마다 시세반영률 인상을 위한 현행 방식을, 시장변화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조사자가 시장 증거에 따라 부동산 각각의 시장 변동률을 판단하되 균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균형성 제고분을 추가 반영할 계획이다. 이 방식은 공시가격이 시장가치 변화와 유사한 수준에서 변동되므로 공시가격의 공신력 확보에 유리하며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 수준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되므로 공시가격의 실거래가격 역전 현상 발생이 최소화될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했다.
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균형성 평가 기준을 활용해 공시가격의 균형성이 크게 저하된 지역과 부동산을 선별·개선하고, 균형성 제고는 국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한다. 1단계는 시·군·구 단위로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안)을 평가하고,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 검토 지역으로 선정한다. 2단계는 심층 검토 지역을 중심으로 선별한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의 공시가격(안)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산정을 요구해 균형성이 개선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3단계는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조사자의 재산정(안)을 최종 검수하고 국토부가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한다.
국토부는 “이번 합리화 방안을 시행하면 급격한 속도의 인위적인 시세반영률 인상 계획이 더는 적용되지 않아 집값 변동과 상관없는 무리한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며 “또 공시가격이 시장 변화 수준과 유사하게 변동되고, 균형성도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개선됨에 따라 공시가격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 제고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토부는 새로운 방식에 따른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내년부터 국민 인식에 기반해 공시제도를 더욱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산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