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에 자리한 현대자동차 체코공장(HMMC)을 방문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을 찾아 유럽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했다. 친환경차 격전지이자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인 유럽은 최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에 더해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유럽 자동차 산업수요는 790만6916대로 지난해 1~7월 761만1988대보다 3.9% 증가에 그쳤다. 2022년 대비 2023년 연간 증가율 12.7%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는 더욱 뚜렷하다. 올해 1~7월 유럽 전기차 산업수요는 109만3808대로 전년 동기 108만7118대 대비 증가율이 0.6%에 불과했다. 2023년 전체 전기차 산업 수요 증가율은 28.2%였다.
정 회장은 급변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유럽 역내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EV 생산 거점인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현지 주요 사업 현안을 점검하며 새로운 미래 성장 해법을 모색했다. 또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스마트 제조 플랫폼 구축을 가속하는 체코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체코공장 임직원들의 헌신과 전문성, 강력한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체코공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비전과 기술을 위한 미래 투자의 핵심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상징적 해외 생산 거점이다. 경제·산업·사회적 영역 전반에 걸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현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현대차가 체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도록 이바지했다.
최근에는 유럽 중동부를 강타한 폭풍 ‘보리스’로 인한 홍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성금 1000만 코루나(약 6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성금은 비영리 단체인 피플 인 니드(People in need)에 전달돼 현대차 체코공장 인근 모라비아실레시아 지역을 돕는 데 사용된다.
정 회장은 “품질과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지원하겠다”면서 “체코공장의 우수한 생산성과 손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품질, 서비스,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전기차 시장 지각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우리의 변함없는 노력은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자동차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나감으로써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유럽에서 전동화 퍼스트 무버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생산과 판매 측면에서는 유연 생산과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EV 등 전 라인업에 걸친 유럽 맞춤형 제품 믹스로 시장 환경에 신축성 있게 대처하는 동시에 전동화 역량 중장기 제고 전략 추진을 병행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유럽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투싼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한 경쟁력 있는 SUV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기차 등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공백을 보완한다. 여기에 체코공장에서 생산 중인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한국에서 수출하는 현대차 EV 대표 모델 아이오닉 5를 비롯해 유럽에 올해 하반기 론칭하는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을 주축으로 전기차 리더십 회복에 나선다.
특히 캐스퍼 일렉트릭은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의 EV 턴어라운드를 이끌 전략 차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아는 EV6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이고 고객들이 EV9을 좀 더 경제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트림을 추가하는 한편, EV 대중화를 이끌 EV3를 올해 하반기 해외 최초로 유럽 시장에 선보이는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주력 차종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스페셜 에디션 운영으로 유럽 시장 수요 변화에도 유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유럽 시장의 전동화 속도 조절 추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성장전략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시기를 대비해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현지 생산 EV를 산업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 투입할 계획이다. 기아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에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유럽 EV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는 PBV(Platform Beyond Vehicles)를 앞세워 유럽 경상용차(LCV)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6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IAA)’에서 PV5 등 PBV 콘셉트 모델을 유럽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R&D 글로벌 핵심 허브 중 하나인 유럽기술연구소(HMETC)의 인프라 확충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프리미엄·고성능 모델 개발과 유럽 권역 내 친환경 모빌리티 개발 거점으로서 유럽기술연구소 역할을 높이는 등 유럽에서 다각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유럽기술연구소는 해외 생산 차종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 활동을 강화하고, 그룹의 유럽 PBV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현지 R&D 기능 확대를 추진한다.
한편, 유럽 시장의 전동화 속도 조절 추세 속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들은 현지에서 수상과 호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현대차의 아이오닉 6는 ‘2024 영국 올해의 차 패밀리카 부문’을 수상했다. 아이오닉 5 N은 영국의 ‘2024 탑기어 전기차 어워즈’에서 ‘최고의 핫해치 전기차(Best EV Hot Hatch)’로 선정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아의 EV9은 ‘2024 영국 올해의 차’와 영국 ‘2024 왓 카 어워즈’의 ‘최고의 7인승 전기차’에 선정됐다. 안전성 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온 바 있다.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 NCAP(New Car Assessment Programme)’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 GV60 모두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획득했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