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경제계는 세계 경제가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응하며 올해 하반기에는 회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와 운송 공급망 불안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로 규제 개선, 구조개혁의 장애요인으로는 정치적 의지 부족이 지적됐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가 회원국 단체를 대상으로 벌인 ‘2024 경제정책 조사(2024 Economic Policy Survey)’ 보고서를 발표했다. BIAC에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한국 경제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OECD 회원국 GDP의 99.9%를 차지하는 37개 국가 대표 단체들이 참여했다.
2024 BIAC 경제정책 조사에 따르면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이 올해 하반기 경영환경에 대해 ‘좋음’으로 평가한 비율은 59%로 나타나 전 세계 경영환경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글로벌 거시경제 전망에서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는 ‘지정학적 갈등(7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등 중동 지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이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큰 부문에 대해서는 반수 이상이 ‘에너지’(75%)와 ‘운송’(64%)을 들었다. 특히 운송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같은 조사(13.8%) 대비 50.2%p 증가한 64%로 나타나 1년 사이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쟁 장기화가 운송비 부담, 납품 지연, 물류 불확실성 증가 등 운송 분야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IAC은 이에 대해 “지정학적 갈등이 인프라 개발과 이를 위한 국경 간 무역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운송장비 제조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하면 동유럽 등에서는 물류뿐 아니라 관련 장비 교역에 대한 상당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하반기 기업 환경에 대해 약 81%가 ‘약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경쟁력 요인 중에는 규제환경(10%)과 노동력·기술 발전(18%)의 개선세가 가장 더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금융 재원 접근(73%), 디지털 기술 도입(71%), 인프라 투자(65%) 등은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 경쟁력 요소로 꼽혔다. BIAC은 “세계 각국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응답률을 보인 규제 개선과 노동력 문제에 중점을 두고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이 필요한 부문(복수응답)으로 ‘디지털 전환과 인프라’(75%), ‘인적자원’(68%), ‘공공 인프라’(62%)를 선택했다. 특히 인적자원 투자가 지난해 38%에서 30%p 상승해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인재 모시기가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BIAC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빠른 디지털화 등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업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노동력 부족 현상을 ‘2024년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이슈 톱10 중 하나로 선전한 바 있다.
구조개혁 추진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복수 응답)으로는 정치적 의지 부족(78%)과 개혁에 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63%)이 주로 지적됐다. 특히 대중의 인식 부족을 꼽은 응답이 지난해 8%에서 63%로 치솟아 세계 각국 정부가 구조개혁 추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BIAC은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구조개혁 추진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교란 등 전례 없는 환경에서도 세계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내적으로는 규제개혁 등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대외적으로는 지정학적 갈등 등 계속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와 인재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범 기자
